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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아카이브K' 발라드편, 어떻게 보셨나요?

by black_coffee 202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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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방영중인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는 창사 3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음악 토크쇼다. 발라드를 시작으로 댄스, 문나이트, 동아기획, 학전소극장 등 7개 주제로 나눠 한국 대중음악사를 이야기하는, 그동안 지상파 예능에선 좀 처럼 보기 힘들었던 구성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첫번째 주제로 총 2회에 걸쳐 마련된 발라드편은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이문세를 시작으로 1980년대 중반 우리에게 발라드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명인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어보면서 그 속에 얽힌 사연도 들어보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그동안 음악 예능 하면 천편일률적으로 경연(오디션) 혹은 가창 중심의 구성이 대부분이었던데 반해 <아카이브K>는 제목 그대로 기록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의미를 강하게 내세우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높였다.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등의 음악을 듣고 자라온 기성 세대부터 요즘의 폴킴, 조규현 등 신세대 음악인들을 선호하는 젊은 음악팬들 모두를 발라드라는 장르로 아우르는 힘은 그들이 발표한 멋진 음악에서 비롯되었다.  

​팝 음악으로 부터 인기의 주도권을 찾아왔던 첫번째 인물인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시작으로 변진섭의 '홀로 되다는 것은', 조성모의 '아시나요' 등이 직접 원곡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면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겐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임진모, 김작가 등 전문 음악 평론가들과 하광훈, 지근식 등 1980년대 현업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과의 인터뷰를 곁들이면서 그들이 발표했던 음악의 가치와 의미를 정리해보는 내용 또한 재미를 돋군다.    

​클래식에 기반을 뒀던 이영훈, 해외 팝에 심취했던 유재하의 차이를 작곡가 김형석의 입을 빌어 전문적인 설명이 첨부되는 구성 역시 기존 음악 예능의 범주에선 제법 신선한 접근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유재하로 부터 곡을 받기로 했었다"(변진섭), "음반 발표 2주전 급하게 박주연 작사가로 부터 가사를 받았다"(임창정) 같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가요계 뒷 이야기도 당사자들을 통해 소개되는 등 토크 예능으로서의 목적도 충실히 이행해준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파편적으로 언급되던 발라드를 "쪽집게" 마냥 2회짜리 방송으로 간결하게 압축했다는 점에선 마치 "대중가요 요점정리" 같은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향후 방영될 타 장르에 대한 기대감도 키워줬다.

전문성을 겸비한 음악 예능으로서 <아카이브K>는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려졌다.  시간 관계상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한 가수 위주로 내용이 구성되다 보니 한국 발라드 역사의 일부만 다루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단 2회 방영 만으로 발라드 장르의 혁혁한 공을 남긴 모든 이들을 아우른다는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연 가수 위주로만 내용을 채우다 보니 마치 이 방송에 거론되지 않은 인물들의 가치와 업적은 반대로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자아냈다. 

​1990년대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승환, 김동률 등의 존재는 딱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종신조차도 작사가 박주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곁가지로 소개될 뿐이다.  향후 동아기획 편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수영 이전에 발라드 여가수로 자리매김했던 이소라 등도 언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발라드 가수들에게 돌파구가 되어준 OST 분야는 출연자 백지영 한명만 거론하면서 훅 지나가버린다.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던 신승훈에 대한 분량이 고작 5분 남짓에 머문데 비해 조성모는 가창 포함 20분 가량을 할애한 점은 분량 조절 실패가 아니냐는 질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음악팬들은 향후 방영될 내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낸다.  록+헤비메탈 같은 장르의 부재를 비롯해서 "동아기획은 있는데 기왕이면 신해철-015B-윤종신-김동률이 속했던 대영AV, 조동익이 이끈 하나음악 같은 1990년대 명문 레이블도 다뤄줬으면..." 등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준비기간 2년 + 대중음악인 20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대한 자료 마련했다고 하니 이를 가능한 많이 풀어내기 위한 시즌2 방영으로 이어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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